삶은 예기치 못한 순간들의 연속이다.
1.어째서 삶은 예기치 않은 순간들로 가득 차는 걸까?나의 작업은 이러한 비탄한 궁금증에 의해서 시작된다.
갑자기 들이닥쳐 내 삶을 헤집어 놓는 어지러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에게 온 강제적 순간은 회피를 허용하지 않으므로 폭력성을 얻는다. 소용돌이 치는 혼란 속에서 나는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또 어떻게 일이 마무리 되었는지조차 기억할 수 없다. 결국 모든 것은 폭발적인 장면으로 종결되어 기억에 남는다. 클라이맥스적이기에 극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으로만 설명 가능하고 심하게는 뇌를 한 방 맞은 것처럼 사고 회로를 고장 나게 한다. 기억나는 것. 그것은 오직 그 순간의 장면 뿐.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장면으로 남는다. 임팩트가 뇌리에 꽂힌다. 참을 수 없는 폭발적인 감정들이 뒤를 잇는다. 감정들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흥분에 가득 차 과장되어 나타난다. 단순하게 하나의 감정으로만 나타나는 것만은 아니다.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삶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기묘한 감정인 ‘애증’이라던지, ‘웃픈’ (인터넷 밈에서 자주 사용되는 웃기고도 슬픈 마음을 뜻한다.) 마음들.. 복합적으로 엉켜 있는 감정들은 나를 혼란 속에 빠뜨리고 붕 떠있는 것만 같이 만든다. 나는 이 이상한 상황들과 상태를 회화로 붙잡는 일을 한다.
2.나의 회화는 여러 개의 캔버스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만화책의 한페이지와 닮아 있다. 하지만 만화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만화책은 앞뒤로 넘길 수 있어서 전반적인 서사를 이해할 수 있지만, 앞뒤 페이지를 넘길 수 없는 회화의 특징은 단지 그 순간의 컷으로 묘사된다. 즉, 회화는 한 장면, 만화책으로 따지자면 한 컷으로만 보여진다. 캔버스 한 개는 하나의 컷이 된다. 앞서 말했듯 극적인 상황에 부딪히게 되면 너무나도 그 순간이 충격적이기 때문에 앞뒤의 서사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최대한 더듬거리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한다. 그래서 여러 개의 캔버스를 하나의 작업으로 뭉치는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메인이 되는 중심테마적 화면이 있으면 그 주위로 파생되는 캔버스들은 극적 감정의 표정, 행동의 표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클로즈업을 하며, 짧은 전후 상황 등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로 보여준다. 작업은 만화책의 한권보다는 짧은 전후 상황이 보여지는 한페이지로 묘사된다.
3.대상들은 당황스러운 자극적 상황에 놓여있다. 예를 들자면, 두려움이 느껴지는 불이 나거나, 무언가 폭발하는 장면 /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승자와 패자가 있는 주먹다짐하의 장면 등으로 표현한다. 이 장면을 주로 유화물감을 쓰지만 다양한 재료인 목탄, 스프레이, 연필, 펜 등으로 보여준다. 캔버스의 생 천이 드러나는, 혹은 툭 끊기거나, 끈적한 물감이 흐르거나 온전하지 못한 붓질을 이용하여 눈을 자극 시키는 색이나 혹은 색의 대비를 통해 강렬하고 복잡한 상황을 보여주고자 한다.
4.진지한 삶 속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은 결국 후일담이 된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엉뚱한 농담이 되기도 한다. 깔깔대며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아니면 아예 기억에서 잊혀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예측불가능한, 예기치 못한 순간들의 연속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허덕이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의 연속으로 인해 불안함을 느낍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갑니까?당신은 어떠한가? 나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