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의 순간, 컷!

 나의 작업은, 우연히 발에 채인 찢긴 만화책 한 페이지와도 같다. 앞뒤의 맥락이 사라진 채 남겨진 장면은 그 자체로 불완전하면서도 긴장과 감정을 품고 있다. 나는 이야기가 길게 이어지는 구조보다, 관계 속에서 발생한 특정 상황에서 감정과 사건이 압축 되는 순간에 주목한다.

 ‘만화적 회화’의 구축은 컷에서 출발한다. 컷은 등장요소들이 특정 상황에서 겪는 ‘액션’(발화점)과 ‘리액션’(반응)을 담아내는 단위로 작동한다. 타자의 시선, 어긋난 대화, 예기치 못한 침묵과 같은 관계적 자극은 장면 안에서 감정의 반응으로 응축되며, 하나의컷으로 고정된다. 또한 만화의 공백과도 같은 배경은 색채와 붓질로 이루어진 감정의 필드로 확장되어, 장면들 사이에 흐르는 긴장과 정서적 기류를 묶어준다. 이로써 화면은 개별 이미지의 집합이 아니라, 감정과 반응이 얽힌 하나의 상황으로 구성된다.

 이야기는 완결되지 않는다.
 나는 이러한 상황들의 제시를 통해,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감정이 어떻게 이미지로 남는지를 회화로 구축하고자 한다.